가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을 대표하는 꽃은 단연 국화이지요. 가을이면 꽃집마다 작은 화분에 단추 같은 소국들이 다양한 색상을 뽐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국화는 영어로 "Chrysanthemum(크리산띠멈)"이라는 조금 발음하기 어려운 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국화는 미국 어린이들에게 그다지 인기 있는 꽃이 아니에요. 많은 아이들이 이름조차 모르는 꽃이지요. 너무 긴 이름 때문에 "mum"으로 짧게 부르는 경우가 많을 정도니까요.
여기 완벽하게 태어난 한 생쥐 소녀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Chrysanthemum." 그녀에게 그 특별한 이름을 붙여준 그녀의 부모님도 그녀도 그 이름을 너무나 사랑했지요. 그녀에게 온 편지봉투에 적혀 있는 이름도, 생일 케이크에 크림 아이싱으로 적혀 있는 이름도, 본인이 오렌지색 굵은 크레용으로 적은 이름도... 정말 완벽했어요.
Chrysanthemum, Chrysanthemum, Chrysanthemum...
문제는 Chrysanthemum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반 친구인 Victoria, Jo, 그리고 Rita는 Chrysanthemum의 이름이 괴상하다고 매일같이 놀렸어요. 너무 길어서 이름표에 쓰지도 못할 정도라고, 누가 꽃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느냐고요. Chrysanthemum의 하루하루는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It's so long," said Jo. "그건 너무 길어, " Jo가 말했어요.
"It scarcely fits on your name tag," said Rita, pointing.
"그건 네 이름표에도 맞지 않을 정도야." Rita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죠.
"I'm named after my grandmother," said Victoria.
"난 우리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이름지어졌어." Victoria가 말했어요.
"You are named after a flower!"
"넌 꽃의 이름을 따서 이름지어졌고!."
부모님의 격려도, 포옹도, 맛있는 디저트도 도움이 안 될 정도로 힘들어진 학교생활. 그날 밤, Chrysanthemum은 평생 최악의 악몽을 꾸게 됩니다. 자신이 진짜 국화꽃으로 변하는 꿈이었지요.
She sprouted leaves and petals. 그녀는 잎과 꽃잎을 싹틔웠어요.
Vicoria picked her and plucked the leaves and petals one by one
Victoria는 그녀를 꺾어다가 잎사귀와 꽃잎을 하나하나 뜯어내었지요.
until there was nothing left but a scrawny stem.
앙상한 가지만 남을 때까지요.
점점 학교에 가기 싫어진 Chrysanthemum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사람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학생들에게 "indescribable wonder"라고 여겨지던 음악선생님, Mrs. Twinkle이었지요. 학급 뮤지컬에서 "Daisy"의 역할을 맡게 된 Chrysanthemum을 놀리던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자신의 이름도 길고, "Delphinium"이라는 꽃이름을 딴 이름이라고 말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태어날 선생님의 아기 이름을 Chrysanthemum이라고 지을 것이라고도요.
그때부터 Chrysanthemum의 이름에 대한 처우가 아주 달라지지요. 반아이들은 자신도 꽃의 이름을 갖기를 원하게 되었고요. Chrysanthemum은 쑥스러움에 얼굴을 붉히다가, 크게 웃죠. 그리고...
She bloomed. 그녀는 활짝 피어납니다.
이름은 참 희한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부이지만, 동시에 우리 자신보다는 남이 더 많이 사용하고, 또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닌 우리의 부모님들에 의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름은 우리와 우리 주변의 다른 이들을 연결해 주는, 관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Chrysanthemum이라는 비범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학교에 가기 전까지 자신의 이름이 특별하고 완벽하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학교라는 곳은 많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는 곳이지요. 자신의 생각보다는 친구들과 선생님의 생각이 더 우선되는 상황이 발생하니까요. 누구보다도 완벽했던 그녀는 그래서 자기 존재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을 거부당하고, 자존감의 바닥을 칩니다.
칼데콧 메달을 수상하고, 뉴베리 메달의 후보로 두 번이나 선정된 걸출한 작가인 Kevin Henkes는 이 책이 친절함과 자신에게 진실됨(Be true to yourself)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들이지요.
사실 전 가정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자라던 아이가 누군가의 악의에 처음으로 부딪혔을 때,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이후에 닥칠 비슷한 상황들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처음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지요.
다행히도 Chrysanthemum은 친절하고 현명한 선생님을 만납니다. Mrs. Twinkle은 우리의 주인공을 괴롭히는 세 명의 악동들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Chrysanthemum의 자존감을 되찾아 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지요. 그래서 Chrysanthemum이 다시 스스로의 가치를 알게 되도록요. 그리고 바로 그것이 현명한 어른이 자존감을 잃어가는 우리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거예요.
Chrysanthemum didn't think her name was perfect. She knew it.
Chrysanthemum은 자기 이름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그걸 알고 있었죠.
작가 홈페이지 https://kevinhenkes.com/
작가가 읽어주는 오디오북 https://www.youtube.com/watch?v=dKQQPBSuKuU
권장연령: 3~6세 / Lexile 지수 570L
작가인 Kevin Henkes의 작품세계를 더 잘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pdf 파일을 참조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https://kevinhenkes.com/wp-content/uploads/World-of-Kevin-Henkes-201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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