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남쪽 그리니치 스트리트와 풀턴 스트리트가 만나는 지점에는 "Ground Zero"라는 이름의 추모공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난 2001년까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쌍둥이 빌딩,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가 서 있었던 곳이죠.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미국 역사상 유래가 없던 대규모 테러사건이 발생해서 두 개의 거대했던 빌딩과 함께 2977명의 목숨이 스러져간 곳이기도 하지요.
어제는 바로 그 911 테러 사건의 23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기억하는 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기 훨씬 전, 아직 쌍둥이 빌딩이 완공되기도 전에 이 장소에서는 아주 신기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작은 해프닝 정도로 끝났던 그 사건을 칼데콧 메달을 받은 이 그림책은 탁월한 실력으로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지요.
1974년 여름, 세계무역센터인 쌍둥이 빌딩은 한창 완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뉴욕시뿐만 아니라 당시 세계에서도 가장 높았던 이 건물들. 하지만 한 젊은이는 그 건물들 사이의 공간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What a wonderful place to stretch a rope, a wire on which to walk.
외줄 타기를 할 밧줄(와이어)을 매달기에 얼마나 굉장한 곳인가!
Philippe Petit라는 이 프랑스 출신 곡예사는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면 꼭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지요. 고향인 파리에서는 노트르담 성당의 첨탑 사이에 밧줄을 매달고 곡예를 했다가 경찰에 잡힌 적도 있었어요. 이번에도 아마 그의 계획을 말했다간 경찰도, 건물주도 이렇게 말할 터였습니다.
You must be crazy! You'd fall for sure!
당신은 미친 게 틀림없어! 당신은 확실히 떨어질 거에요!
그래서, 그는 허락을 받는 대신 몰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운명의 날 밤, 그와 친구들은 건설노동자로 변장을 한 채, 440 파운드에 달하는 철근을 짊어지고,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빌딩의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무거운 철근의 무게를 못 버텨서 옥상에서 떨어질 뻔도 했지요), 밤새 두 건물 사이에 철근을 연결한 Philippe와 친구들. 그리고, 드디어 아침해가 건물을 비추기 시작할 때, Philippe은 긴 균형 잡는 막대를 들고, 지상으로부터 1,340 feet (417 m) 위 공중에 드리워진 한 가닥 철근 위로 발을 내디딥니다.
Out to the very middle he walked, 바로 중간까지 그는 걸어갔어요.
as if he were walking on the air itself. 마치 공기 그 자체를 걷고 있는 듯했죠.
당연하게도 그의 이 위험한 곡예를 발견한 사람들과 경찰들은 난리가 났지요. 하지만, 거의 한 시간 동안, 그는 허공 속에서 걷고, 춤추고, 달리고, 심지어 그 위에 누워서 바람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합니다.
곡예를 마치고, 결국 잡혀온 그에게 판사는 공원에서 뉴욕의 아이들을 위해 공연하라는 다소 너그러운(?) 형을 선고했고, Philippe 은 기꺼이 이 명령에 따랐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가 그 사이를 외줄에 의지해 걸었던 빌딩들은 사라져 버렸네요.
But, in memory, as if imprinted on the sky, the towers are still there.
하지만, 기억 속에, 마치 하늘에 새겨진 것처럼, 그 빌딩들은 여전히 거기 있습니다.
And part of the memory is the joyful morning, August 7, 1974,
그리고, 1974년 8월 7일의 기쁨에 넘쳤던 아침은 그 기억의 일부이지요.
when Philippe Petit walked between them in the air.
Philippe Petit가 공중에서 그들 사이를 걸었던 아침이요.
인생에서 가끔 우리는 손쓸 도리 없이 비극적인 사건에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이 충격적일수록, 부정적인 기억은 이전에 있었던 모든 좋은 기억들을 가려버리게 됩니다. 마치 거대한 검은 베일로 덮어버린 것처럼, 좋았고, 아름다웠던 기억들은 슬픔 속에 힘을 잃지요.
물론, 911 테러사건은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당시 뉴욕 가까이에 살았던 저는 얼마나 많은 비극이 그 사건으로부터 파생되었는지 생생히 기억하지요. 사랑하는 부모님, 딸, 아들, 형제, 자매, 그리고 친구들이 불꽃 속에 사라져 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비극의 장소가 가지고 있었던 마법 같은 기억을 소환합니다. 믿기 어려울 만큼 황당하고 무섭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이 기억은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장소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꿈과 삶을 일깨워줍니다.
무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한 젊은이의 목숨을 담보로 한 도전은 위험이 아닌 희망에 초점이 맞춰 그려지고, 책을 읽는 우리는 덩달아 가슴이 뛰게 되지요. 아침 해가 떠오르는 맨해튼 전체를 발 밑에 두고, 한 가닥 철근 위를 걷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매일매일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인생의 도전을 날마다 맞이하는 우리 어른들도 꿈이 이루어졌을 때의 희열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열은 우리가 또다시 마주해야 할 자신의 도전을 직면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작가의 홈페이지 http://www.mordicaigerstein.com/
원어민이 읽어주는 오디오북 https://www.youtube.com/watch?v=HcVseyhwC4o
권장 연령 6~9세 / Lexile 지수 AD 64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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