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과 여름에는 외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국방문을 하네요. 시애틀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때 친구, 영국에 살고 있는 대학 친구, 또 텍사스에 살고 있는 또 다른 고등학교 친구... 몇 년에 한 번씩 들어오던 친구들의 스케줄이 어찌 겹친 건지 2,3주 간격으로 한 명씩 입국해서 그 귀한 얼굴을 보여주어 즐거운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생활의 터전이 그 곳에 있다 보니 한국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는 이 친구들은 2,3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과 친지들을 챙기고, 한국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몰아서 하느라 엄청 바쁜 일정을 소화하곤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와 있는 동안 두 번 만나면 많이 만나는 것이 되지요. 그리고, 대부분 "나 이제 공항이야. 잘 지내~"라는 가벼운 작별 인사를 톡으로 보내곤 다시 멀리 있는 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사실, 저는 한국에 와도 몇 번 못 보고 다시 헤어져야 하는 이 상황을 불평할 입장은 못됩니다. 저는 누군가를 살뜰히 챙기는 사람이 못되기 때문이에요.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자주 못 보는 친구들한테 쉽게 소원해지는 게으름뱅이이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나이가 들어서 였을까요? 가만히 앞으로 이 친구들을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손으로 꼽아보게 되더군요. 이 친구들이 2년, 3년에 한 번씩 온다고 해도, 한번 올 때마다 두 번씩 꼬박꼬박 본다고 해도, 앞으로 20번이나 만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셈을 해 놓고는 살짝 망연자실해집니다.
스누피가 등장하는 유명한 만화 Peanuts 의 주인공인 Charlie Brown은 헤어짐에 대해 이렇게 말했죠. "안녕은 늘 내 목을 아프게 해..."
Goodbye always
makes my throat hurt.
그래요. 뭔가 거창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저 몸으로 느끼게 되는 그 기분. 목이 아프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왠지 눈이 시큰거리는 그 느낌 속에 우리의 헤어짐이 존재합니다.
영어에는 오랜시간 헤어지게 될 경우의 작별인사로는 "farewell"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말은 "Fare, well!"이라는 명령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fare"는 "가다, 여행하다"의 뜻을 가지는 old English인 "faran"에서 유래한 말이고, "well"은 요즘에도 많이 쓰이는 단어로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풍부하게, 매우"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옛 영어 "wel"에서 왔습니다. 즉, "안녕히 가세요!"라는 우리말과 아주 흡사한 뜻을 가지고 있는 작별 인사인 셈이죠.
이 외에, 헤어짐을 뜻하는 영어 표현 중에 가장 흔하고 가벼운 느낌의 작별인사로는 "Good-bye"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의 유래를 알고 나면 그렇게 가볍게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159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이 말은 원래 "Godbwye"에서 시작한 말로 "God be with ye.(신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이라는 문장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말로 "별다줄(별 걸 다 줄이네)"의 결과로 만들어진 말인 것이죠.
이제는 원래의 뜻을 알고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는 않지만, 당신의 여정에 내가 함께 할 수 없으니, 신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늘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이제 고국을 뒤로하고, 자신의 삶을 향해 떠나가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Good-bye, my friends.
네가 가는 길에 신이 함께 하기를, 신을 믿지 못하는 이 무신론자가 함 빌어본다. 다음에 꼭 건강하게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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