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의 시] 괜찮아 by 한강-스스로를 토닥이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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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누군가의 생각들

한 편의 시] 괜찮아 by 한강-스스로를 토닥이고 싶은 날

by Ms. Sue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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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내 아이도 어릴 때 이유도 없는 울음을 쏟아내곤 했었다. 더 이상은 티 나게 울지 않을 만큼 커버린 아이. 그 뒷모습이 눈물처럼 번져 보일 때가 있다.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울고 있는 것일까?
 
비행기에서 비상사태를 마주했을 때, 제1원칙은 본인의 구명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아무리 같이 있는 사람이 내 살과 피 같은 아이라고 해도. 각자의 삶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다. 한 번쯤 "내 안의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날이다. 그리고, 내 아이도 자기 안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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