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에세이는 영어 단어 하나하나에는 아주 작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말 단어들 중에 많은 단어들이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 것처럼, 많은 영어 단어들도 각각의 뜻을 가진 여러 개의 부분으로 나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의미들을 합치면, 그 단어 전체의 의미에 이를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거지요. 제가 앞으로 쓸 모든 어원 에세이는 각각 하나의 단어로부터 시작하겠지만, 그 단어와 같은 어원을 공유하는 단어들을 모아 살펴보면서 의미를 확장시켜 보도록 할 거예요. 영어 단어에 담겨있는 어원의 의미를 새겨보고, 단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Carpe diem"과 함께 가장 유명한 라틴어 문구 중에 하나인 Dum Spiro Spero는 "내가 숨을 쉬는 한 나는 꿈꾼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더 이상 일상적으로는 쓰이지 않는 언어라서 그런지 라틴어 문구는 왠지 세월의 풍상을 온몸으로 겪어낸 비석에 새겨진 글귀 같은 느낌을 주지요. 이 문구에서 "Spiro"는 "숨 쉬다, 호흡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로, 영어의 많은 단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호흡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영어에는 "breathe"라는 아주 쉬운 단어가 있지만, 이 외에도 같은 뜻을 가진 "respire"라는 단어가 존재합니다. 어감을 따지자면, "breathe"는 "숨 쉬다". "respire"는 "호흡하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반복을 뜻하는 접두어인 "re"가 숨 쉬다를 뜻하는 "spire"와 합쳐져서 말 그대로 "호흡하다"는 뜻이 된 것입니다. 인간이 개구리처럼 피부로 숨을 쉬는 것은 아니지만, "perspire(땀 흘리다)"라는 단어도 "spire"와 관련이 있습니다. 전체를 관통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per"라는 접두어와 "spire"가 결합되어, "온몸으로 숨 쉰다=땀 흘리다" 정도의 뜻이 된 걸까요?
"호흡"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대체와 순환의 과정이지만, 또한 우리의 생명과 영혼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작가 한 강이 그의 소설 "흰"에서 탁월하게 묘사한 것처럼 호흡은 우리 생명의 증거이자, 우리의 생명이 세상에 남기는 자취이기도 하죠.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 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들어와, 체온으로 덥혀져 하얀 날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나가는 기적.
그런 점에서 "spire"라는 단어가 "spirit(영혼)"에 그 모습을 남긴 것은 당연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영감, 영혼을 불어넣는다라는 뜻으로 "안"을 뜻하는 접두어 "in"과 합쳐져서, "영감을 불어넣다."는 뜻을 지닌 "inspire"로, 숨을 다하게 (접두어 ex는 밖으로 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되면, 생명이 마감된다는 점에서 "expire(만료되다)"에도 영향을 미치지요.
숨을 쉰다는 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희망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가끔 우리는 무언가를 너무 원할 때, 그쪽만 바라보고 살기도 하죠. "aspire"라는 단어는 "~쪽으로"의 뜻을 가진 접두어 "a"가 "spire"와 합쳐져서 "열망하다"라는 뜻을 만들어 냅니다.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은밀한 희망을 나누면(당연히 호흡도 나누게 되겠죠?) 어떤 계획이 탄생하듯이, "함께"라는 뜻의 "con"과 "spire"가 결합되어, "conspire(음모를 꾸미다)"라는 뜻을 이루기도 합니다.
인간은 숨을 쉬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가지지 않고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겠지요. "Dum Spiro Spero" -그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의 "영혼(spirit)"에 여전히 "영감(inspiration)"을 주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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