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에세이] Addiction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addiction(중독)의 문제가 주요 화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마약 중독에서부터 SNS 중독, 인터넷 중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독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태지요.
 
기본적으로 중독은 우리 뇌의 보상체계와 행복호르몬인 "endorphin"의 작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endorphin"은 "내부에서 자라는"의 뜻을 가진 "endogenous"와 "morphin"의 합성어로 "내인성 모르핀, 혹은 아편유사물질"이라는 뜻을 지니게 되며, 고통이나 스트레스의 상황에서 우리를 진정시키고, 행복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활동, 예를 들어 음악을 듣는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 의해서도 이 행복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할 수 있지만,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은 훨씬 강하게 그 분비를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호르몬의 급격한 분비는 우리 뇌의 보상체계를 자극하게 되고, 이에 따라 또 다른 행복호르몬인 dopamine이 이 활동을  중요한 활동으로 여기게 되어 같은 활동이 반복되도록 돕게 되죠. 즉 dopamine의 활동으로 중독이 강화됩니다.
 
"addiction"이라는 단어의 사용빈도를 분석해보면, 한창 히피 문화의 절정기였던 지난 1960년대~70년대에 갑작스러운 사용빈도의 증가를 보이다가 2000년대를 넘어서 그 사용이 다시 급증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문화가 지금 얼마나 중독의 영향하에 있는 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addiction"의 동사형인 "addict"는 라틴어인 "addictus"에서 온 말로, 이 말은 "습관이나 직업에 자신을 바치다, 헌신하다"의 뜻을 가집니다. 이 말은 다시 "~쪽으로"를 뜻하는 접두어인 "ad"와 "말하다, 선언하다"의 뜻을 가진 어근인 "dicere"로 나누어질 수 있고, 다시 말해 "무언가에 자신을 바치겠다고 선언하다"정도의 뜻을 가지게 되지요. 
 
"dicere"의 어근을 사용하는 단어에는 당연히 말, 언어와 관련된 표현이 많습니다. 보통 "dict"의 꼴로 많이 보이는 이 어원은 "사전"을 뜻하는 "dictionary, "  "발음"을 뜻하는 "diction, " "받아쓰게 하다, 지배하다"를 뜻하는 "dictate"에서도 그 영향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접두사와 합쳐져서 더 다양한 뜻을 나타내기도 하는 데요. "~이전에"를 뜻하는 "pre"와 합쳐지면, "예언하다"를 뜻하는 단어인 "predict"가, "안에, 안으로"를 뜻하는 "in"과 합쳐지면 "고발하다"라는 뜻을 가진 "indict"가, 밖을 뜻하는 "e(x)"와 합쳐지면, "칙령"을 뜻하는 "edict"가 됩니다. 또, "~와 상반되는"을 뜻하는 접두어인 "contra"와 합쳐지면, "반박하다, 모순되다"를 뜻하는 "contradict"가, "진실"을 뜻하는 "ver(i)"와 합쳐지면, "판결"을 뜻하는 "verdict"가 됩니다. 
 
인간은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상대방의 말에 의해 혹은 심지어 자신의 말에 의해 지배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dict"의 어원을 가진 말들 중에 "법, 지배"와 관련된 단어가 많은 것은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법이나 정치의 영역과는 아주 다르지만, "중독"또한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지요. "addiction"이라는 단어에 "말하다"를 뜻하는 어원이 사용된다는 점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우리의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반영합니다. 그래서 말이 우리의 생각에 종속된 것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말은 또한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무언가에 중독되었다고 생각된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의 언어를 자세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