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오늘까지, 21년 만의 초강력 "태양 폭풍"이 지구의 자기장을 혼란시키고 있습니다. "지자기 폭풍(Geomagnetic Storm)"이라고도 불리는 이 폭풍은 태양의 흑점폭발과 코로나 질량 방출의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태양으로부터 오는 코로나 물질이 지구상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쳐, 전력망 마비, GPS 혼란, 인공위성 운영 장애등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태양 폭풍"은 자기장 관련한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킬 수 있지만, 또한 아주 아름다운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오로라(aurora)가 그것이죠.
"극광"이라고도 불리는 "aurora"는 보통은 북극이나, 남극지방에서 관측되는 것으로, 지구 자기장에 의해 극지방으로 모여든 태양풍이 지구의 대기 입자와 충돌하여 방전하면서 형형색색으로 빛을 내는 현상을 나타냅니다. 원래는 극지방에서도 관측이 쉽지않지만, 이번 태양 극대기를 맞아 심지어 북위 32도인 멕시코의 메히칼리에서도 관측되었죠(위의 사진 참조).
주로 극지방에서 관측되기 때문에, 북극광과 남극광을 각기 이르는 이름이 있는데요. 북극광을 뜻하는 "aurora borealis"는 북풍의 신인 "Borea"와 "aurora"가 합쳐진 표현이고, 남극광을 뜻하는 "aurora australis" 는 남쪽 또는 남풍을 뜻하는 "australis"가 "aurora"와 합쳐져서 나온 말입니다. 남반구에 있는 나라 이름인 "Australia"도 이 "남쪽"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죠.
"천상의 커튼"이라고도 불리는 이름도 예쁜 "aurora"라는 단어는 황금빛을 뜻하는 단어, "aur~"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단어는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 같은 황금빛 머리칼을 가졌다고 알려진 로마 신화의 새벽의 여신인 Aurora 의 이름으로 연결됩니다. 또한, 새벽빛을 뜻하는 라틴어 어원인 "aus"와도 관련이 있지요.
주기율표에 나오는 금의 원소기호가 생각나시나요? 금의 원소기호인 "Au"는 라틴어로 황금을 의미하는 "Aurum"에서 기원한 것으로 오늘의 단어인 "aurora"와도 관련이 있지요. 또한, 새벽빛이라는 뜻의 라틴어 어원인 "aus"는 새벽이 오는 방향을 나타내는 "east / eastern"의 어원이라고도 하네요.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라는 느낌으로 동쪽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죠. 부활절을 뜻하는 단어인 "Easter"도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요. "Eastermonth"라고 불렸던 April(4월)에 새벽의 여신을 칭송하는 잔치를 치르던 것에서 기원했고, 초기 기독교인들이 이 이름을 부활절을 뜻하는 이름으로 받아들였다고 알려져 있죠.
Phillip Pullman의 유명한 트릴로지인 "His Dark Materials" 의 첫 번째 권은 "Northern Lights(번역본 제목: 황금나침반)"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습니다. "aurora"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Northern Lights(북극광)"는 그 책의 주요 배경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Lyra의 감춰진 진실을 향한 복잡하면서도 신비로운 모험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는 이제 "aurora"가 어떤 작용으로 발생하는 현상인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이 장엄한 자연의 아름다운 광경 앞에 서면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 미지의 것 앞에 섰을 때의 작아짐을 경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aurora"를 보는 것을 인생의 버킷리스트의 하나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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